합스부르크의 웅장한 장례식: 3단 관에 담긴 그들의 삶

 장례식, 그들이 남긴 가장 솔직한 기록

유럽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합스부르크 왕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결혼 정책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던 그들은 생전의 권력과 영광만큼이나 사후에도 독특하고 장엄한 의식을 치렀습니다. 바로 3단 관이라는 특별한 장례 문화입니다. 오늘날 오스트리아 빈의 카푸치너 납골당에는 무려 150구에 달하는 합스부르크 왕가 사람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12명의 황제와 18명의 황후가 잠들어 있는 이 공간은 단순히 죽은 자들의 묘지가 아니라, 그들의 삶과 시대,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의 기록입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장례식은 하나의 관습을 넘어선 엄격한 의식이었습니다. 그들은 시신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장소에 안치했습니다. 심장은 아우구스티너 교회에 있는 로레토 예배당의 은 항아리에, 내장은 성 슈테판 대성당의 카타콤에 있는 구리 항아리에, 그리고 몸은 카푸치너 납골당의 백랍 관에 안치했습니다. 이처럼 시신을 세 곳에 나누어 안치하는 관습은 중세 귀족들의 풍습에서 유래했지만, 합스부르크 왕가에 와서 더욱 정교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세 곳의 장소, 세 가지 의미

각기 다른 장소에 안치된 세 부분은 단순한 물리적 분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심장이 안치된 아우구스티너 교회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결혼식이 자주 열렸던 곳으로, 심장이 사랑과 믿음의 상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내장이 안치된 성 슈테판 대성당은 빈의 영적 중심지였으며, 이곳에 내장을 두는 것은 인간의 죄와 부패를 상징하는 육체를 성스러운 곳에 봉헌한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몸이 안치된 카푸치너 납골당은 영원한 안식을 위한 영광스러운 묘지였습니다.

특히 이 세 장소에 모두 안치되기 위해서는 매우 독특한 통과 의식을 거쳐야 했습니다. 장례 행렬이 카푸치너 교회에 도착하면 문이 굳게 닫힙니다. 이때 시종이 문을 세 번 두드리며 죽은 자의 이름을 외칩니다. "황제이자 국왕이신 ○○○, 납골당에 들어가시옵소서!" 안에서는 "우리는 그를 알지 못하오."라고 답합니다. 두 번째로 작위를 모두 나열하며 다시 이름을 외치지만, 이번에도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마침내 세 번째로 문을 두드리며 "가련한 죄인 ○○○"라고 외치면 그제서야 문이 열립니다. 이는 황제로서의 권력과 명예는 모두 벗어던지고, 오직 신 앞에서 겸손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영원한 안식에 든다는 깊은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대를 담은 관, 삶의 흔적을 말하다

카푸치너 납골당의 관들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자 시대의 증언입니다. 특히 마리아 테레지아와 그녀의 남편 프란츠 1세가 함께 안치된 거대한 이중 관은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과 장엄함을 극대화하여 그녀의 강력한 통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관 위에는 왕관과 해골, 그리고 그녀의 자녀들을 의미하는 부조들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반면, 프란츠 요제프 1세의 관은 그의 검소하고 엄격했던 성격을 반영하듯 매우 단순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관은 유일하게 돌로 만들어져 있으며, 그 옆에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아내 엘리자베트(시시)와 유일한 아들 루돌프의 관이 나란히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관의 형태와 장식은 죽은 자의 신분과 삶의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역사의 마무리, 그리고 오늘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제인 오토 폰 합스부르크는 2011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이 전통을 마지막으로 지켰습니다. 그의 장례식은 전 유럽의 왕족과 정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고, 그 역시 시신은 카푸치너 납골당에, 심장은 헝가리에 안치되었습니다. 이는 그가 생전에 헝가리에 가졌던 깊은 애정과 유럽 통합에 대한 염원을 담은 유언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카푸치너 납골당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화려했던 제국의 흥망성쇠가 마지막 순간, 3단 관에 담겨 겸손과 신앙을 이야기하는 이곳. 그들의 삶과 죽음을 마주하며, 우리는 한 시대의 영광과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유한함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빈을 여행한다면, 화려한 궁전뿐 아니라 이 조용한 납골당을 찾아 합스부르크의 진정한 마지막 모습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보면 좋은 글

•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적인 삶: 합스부르크 왕가 공주의 마지막

• 오스트리아 빈, 도시를 거닐며 만나는 음악의 선율